먼지 먹는 개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더니 장면을 묘사하는 미사어구들이 많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강한 흡입력을 지녀서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처음 책을 선택할 때 예상했던 줄거리는 아니었다. 책의 뒷면을 살펴보면 하나 둘 씩 생명체가 사라지고 사람들도 사라지고 싶어 한다는 글을 보면 뭔가 세상 종말을 이야기하나 싶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몇 장 안 남은 마지막까지 읽게 되었을 때 도대체 결말이 어떻게 나나 궁금했는데 마지막 한 장일 때는 예상되는 결말대로 흘러갔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않고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누구나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끝까지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얽혀 있는 실이 풀리기도 했지만 안 그런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상상력이 기발하다. 물고기나 개, 고양이들이 박테리아, 미생물 등을 분해한 뒤 먼지처럼 사라진다는 발상자체가 독특하다.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라 공감이 갔다. 그리고 롯데리아 등을 전전하는 노인, 중국발 황사, sns로 통한 연애, 신성털기로 인한 협박 등은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에 현실감이 있었다. 글 중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시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꺼내야만 한다.’ 오늘도 난 다른 사람과 유대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먼저 말을 꺼내고 있는가?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이었다. 굳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 걸지 않아도 된다. 가깝게 가족이나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기 위해서 먼저 두려움을 꺼낼 용기가 없어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도덕적 양심’이 나온다.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의 도덕적 양심은 과연 괜찮은가? 아프지 않은가? 이 질문으로 독자를 머리 아프게 할 생각은 없단다. 다만 한번쯤 생각만 해보게 할 뿐 이란다.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은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
물고기, 쥐 그리고 반려견 ‘후’의 실종
사람들은 모든 것을 ‘멸균’하는 신약을 찾아 나서고…
현대사회는 지금, 소리 없이 종말을 맞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생활이 편리해져도 공해를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생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자동차 매연, 공장과 축산농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수, 절대 썩지 않는 폐기물까지…. 지금으로써는 그 어떤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 미세먼지로 뒤덮여 온통 뿌연 잿빛 도시가 있다. 지하철 안을 빼곡히 채운 출근길 회사원들처럼 먼지로 가득 찬 도시. 이 도시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생명체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처음엔 물고기, 그다음엔 쥐, 그리고 개가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먼지처럼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하나같이 찾고 있는 것은 더스트 휴먼. 사람을 멸균 상태로 만들어 먼지처럼 사라지게 한다는 괴담 속의 약물이다.
작가가 섬세하게 세공해 놓은 소설 속 삶의 단면에는 천국과 지옥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 복잡하고 거대한 자본주의의 표면 아래 피 흘리며 신음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켜켜이 배어 있다. 작가는 날카롭고 차가운 비판의 시선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재치 넘치는 상상력으로 버무려내며 환상과 과학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재미있고 기발한 서사에 고독한 현대인의 내면 심리를 꿰뚫어보는 시선이 정확하고 담담해서 서늘하다. 무엇보다 안정된 문장력과 심리를 관통하는 묘사들은 신예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실종
연애편지
도시괴담
거짓말
먼지인간
먼지 먹는 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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